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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미정 시인 / 꿈의 바깥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24.

김미정 시인 / 꿈의 바깥

 

 

밤은 언제나 미완이었다

 

타오르기 전 어둠이 첫 문장이다

 

새벽 3시와 그 이후

이전의 당신과 나에 대해

 

온갖 소리들이 밤의 언어로 말한다

 

어떤 꿈은 깨어나도 꿈이지요 서로 다른 안녕이 손을 흔드는 건 빈 들판의 일인가요 창가 풍경들이 굳어가고 허기는 만질수록 커져요 달빛이 만발한 날이에요 한때 우리도 그런 적이 있었죠

 

늘어진 감정들이 동그라미 무늬가 될 때

우린 비로소 나뭇잎 뒤로 숨을 수 있지요

 

문 뒤에는 망각의 발자국이 일렁이고요 이마에서 피어오르는 불안은 늘 앓는 소리죠 반으로 접은 달이 빠져나오고 길 잃은 꿈들이 저물지 않은 페이지를 펼쳐요

 

빛을 버린 잎들이 문장을 뭉쳐 던진다

 

이제 당신의 꿈에서 나올게요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김미정 시인

2002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2009년 《시와 세계》 여름호 평론 당선. 시집으로 『하드와 아이스크림』(시와세계, 2012)과 『물고기 신발』(천년의시작, 2019)이 있음. 2012년 제3회 시와세계작품상 수상.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