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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찬 시인 / 달밤
달을 보고 있었다 달이 익었다
그 익은 달을 9월의 사과처럼 따 먹었다
그리고 우리들이 들어올린 것은 바다였다 사랑의 손톱 자국도 없는 칡넝쿨 같은 바다였다
우리가 달을 토해내자 바다도 수없이 많은 달을 토해내고 있었다.
황금찬 시인 / 바다 환상곡
여름 바다에 오면 海員이 되고 싶다. 비단 돛을 올리고 검은 해리 전설의 인어가 사랑을 찾아 헤엄치는 그 찬란한 아침에
편지 속에 어느 독자가 보내준 해바라기씨 몇 개 지금 저 수평선 그 너머 꽃밭에서 피고
물결에 쓸리어 천 년의 연륜 빛나는 조개껍질로 목걸이를 만들어 집시의 살결 검은 여인 그 긴 목에 걸어주고 돌아서리라.
사랑의 비늘이 아직도 잠들지 않은 모래언덕에 앉아 피리를 불면 물새처럼 날아오는 바다 바다 여름 바다
불꽃 같은 열기가 식고 바다에 등불이 꺼지면 이베리아 반도 어느 고독한 섬 물새처럼 파도소리가 그리워 빈 고동들이 울고 있어라.
바다는 여름 바다는 사랑과 미움 그 사이에 살결 깊은 가슴으로 열리어 있었다.
황금찬 시인 / 보석의 노래
황홀한 모습으로 호흡하고 있었다.
네 윤곽 부근에서 해가 솟고 우리는 목마르게 목마르게 너를 지켜보고 있다.
아름다움은 영원일레라 누가 네 앞에서 추악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겠는가 너는 이슬 보자기 속에서 눈을 뜨고 있다.
신화 속의 이카로스도 너를 찾아 떠났고 눈속에서 피는 매화도 너를 부러워했느니라.
거기가 어디쯤이었을까? 꿈 속에서 너를 잃어버린 그 회색의 바다
나는 오늘도 찾고 있다. 영혼의 보석 한 개 하늘 문을 열고
황금찬 시인 / 봄밤
봄밤엔 잠이 오지 않았네 이 밤에 내가 네게 할 이야기는 행복하고도 슬펐던 긴 이야기.
목련꽃 가지에 창호지 초롱에 불을 켜 달아놓고 새벽이 올 때까지 편지를 쓴다.
내 마음 언덕에 봄 풀이 솟아나고 4월 바람은 꽃구름을 벽에 걸린 거울 앞까지 곱게 밀어 올렸다.
봄을 기다리던 겨울나무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밤바다의 물결은 아직도 멎지 않고 나의 길고도 짧은 사연은 끝이 없었다.
황금찬 시인 / 사랑과 지혜
강물이 흐르다가 여울을 만나면 노래를 부른다.
나무는 바람 앞에서 고독한 독백으로 구름을 이야기하고.
나는 삶의 여울에선 언제나 울고 있다.
꽃은 사랑으로 피고 잎은 지혜로 자라는데.
이 밤에 외롭게 흘러가는 저 별 하나는 어느 곳에서 쉬게 될까.
삶의 사랑과 죽음의 지혜를 모르는 나는 이 바람 앞에서 망각의 피리를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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