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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미 시인 / 아버지의 세계지도
밤마다 그는 여행을 떠난다 반주는 여행 전 필수 코스다 식탁 위로 범람하는 유프라테스강 빈 소주병이 둥둥 떠다닌다
그의 문명은 불호령을 따라 번성한다 강을 따라 딸린 식구들이 유랑한다
히말라야를 넘는 생의 굴곡 고무신에서 구두로 바뀐 시간들을 타고 넘는다
지도에 덩그러니 남은 볼펜 자국은 출구 없는 국경선 산맥의 능선을 타고 넘지만 첩첩 막혀 있다
노쇠한 엔진 같은 그의 왕조가 왕가를 계승하기엔 너무 빨리 무릎을 꿇었다
코 고는 소리가 세계지도를 건너가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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