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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용욱 시인 / 걸음을멈춘소처럼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27.

권용욱 시인 / 걸음을멈춘소처럼

 

 

한쪽은 뿌리가 땅 아래 얽매인 채로

한쪽은 전기톱을 움켜쥐고 있다

빛과 물로 그늘을 꾸려온

지난 몇 계절의 거친 살점들이

토막토막 트럭에 실려 떠나갈 때

제 자리 파고드는 하늘이 문득 넓고

나비 떠난 허물 같은 둥치가 남는다

 

가로수는 그래서 늘 싸움이다

한 해 한 번씩 곁다리 몸 벗어주고

홀로 한 곳에 백 년을 버티다

보수동 흑교사거리 언덕을 기어오르는

저 게딱지 별들의 길을 다 외우고

다시 그 별들을 잊는 데 한 계절을 보내고

외우고 잊으며

잠시 자기 속으로 들어앉는 나무,

 

길 가다 우두커니 지켜볼 거 없겠다  

묵은 가지의 톱니바퀴 한 바퀴가

천 년을 자르지는 않는데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권용욱 시인

2014년 《시에》로 수필, 2016년 《포엠포엠》으로 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