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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욱 시인 / 걸음을멈춘소처럼
한쪽은 뿌리가 땅 아래 얽매인 채로 한쪽은 전기톱을 움켜쥐고 있다 빛과 물로 그늘을 꾸려온 지난 몇 계절의 거친 살점들이 토막토막 트럭에 실려 떠나갈 때 제 자리 파고드는 하늘이 문득 넓고 나비 떠난 허물 같은 둥치가 남는다
가로수는 그래서 늘 싸움이다 한 해 한 번씩 곁다리 몸 벗어주고 홀로 한 곳에 백 년을 버티다 보수동 흑교사거리 언덕을 기어오르는 저 게딱지 별들의 길을 다 외우고 다시 그 별들을 잊는 데 한 계절을 보내고 외우고 잊으며 잠시 자기 속으로 들어앉는 나무,
길 가다 우두커니 지켜볼 거 없겠다 묵은 가지의 톱니바퀴 한 바퀴가 천 년을 자르지는 않는데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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