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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건희 시인 / 밀당하다, 개화(開花)하다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27.

김건희 시인 / 밀당하다, 개화(開花)하다

 

 

갈까, 말까, 올까, 말까

부질없는 일에 간 보지 마라

 

내 편 만드는데, 눈치작전도 필요 없는 봄

 

서로 내민 한 다리를 묶고

꽃샘바람에 헛둘 헛둘 외치는 구호

뛰어나올 놀란 귀를 잡고 보니, 울보 개구리

 

올 듯, 말 듯 망설임도 없이

막무가내로 밀려드는 눈의 직격탄에도

홍매화는 눈치 없이 벙근다

 

내 첫사랑도 그랬지 아마

 

빨랫줄 물고 있는 빨래집게같이

너와 내가 하는 짓 우스운지

훼방 놓기에 급급한 불한당 바람은

언 가지마다 배꼽 걸어 놓고 달아났다

 

눈꽃과 봄꽃 사이

그대가 벗어 놓고 간 흰색 외투

꽃물 발라 돌려줄까, 그냥 돌려줄까

 

밀고 당기다 우당탕 넘어지니

온 마을은 코피가 주르르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김건희 시인

2018년 제3회 《미당문학》 신인작품상 등단. 최충문학상 산림문화공모전 수상. 현재 대구문인협회회원, 형상시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