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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희 시인 / 눈을 깜빡거려 봐
병실에 누워있는 너에게로 가는 길은 제한 속도가 없다 가로등의 눈이 짓무르고 십자가 어깨 위로 달이 떠오르면 병실 안 알전구도 촉촉한 눈망울을 하고 있다 어느새 침상에 누운 너의 새는 날개를 접고 하루의 목숨을 뱉는다
의사선생님이 마법사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밤마다 모자를 나에게 선물할 텐데 그 모자에 별도 달려 있겠지
모두가 플라스틱 코끼리를 키우고 목소리를 낮추는 병실 안에서 오늘따라 목걸이가 나를 조여 온다
조금 있으면 또 하나의 달이 뜰 것이다 새가 되고 싶은 고양이는 노을을 깨뜨릴 것이고
너의 얼굴에 나의 얼굴을 묻고 너의 잠에 나의 잠을 보태본다.
바람이 밤새 바느질을 하는 동안 싹틔운 희망이 꼬물거리며 하품을 한다.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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