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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진영심 시인 / 파미르 고원 가는 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28.

진영심 시인 / 파미르 고원 가는 길

 

 

공중을 잘게 잘라 끊어진 길을 이은 것 같습니다

모험하는 지프나 질주하는 오토바이도 고요합니다

맨 위에 있어도 아래를 거느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높이 오를 때마다 숨이 차오르는 건

헐떡이지 않는 삶을 경원한 탓 입니다

 

산소가 희박해져 졸고 있는 나를 위해

누군가 여윈 사연과 고요한 모험을 파는 것 같습니다

 

손톱깎이로 일상과 단조로움을 끊어냅니다

나무 없는 산들 웅장하여 쓸데없이 초절적이어도

푸른 하늘을 자르며 차오르는 깊고 높은 모랫빛 산을 쉼없이 복사합니다

그것은 모래를 반죽하여 빚은 공명통, 어둠을 울립니다

 

흩어지며 공중에 쌓이는 완성없는 원석들입니다

허위를 매단 산양들의 질주입니다

 

낮은 데를 거느리고 쭉 올라서는 지붕의 평원들

이쪽과 저쪽을 가르며 판지 강이 흐릅니다

어떠한 흐름도 이 강물보다 줄기차지 않습니다

저쪽 강 건너 모랫빛 산과 산들 아래

알 수 없는 사람들이 걸어갑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표정을 보이지 않습니다

 

서로 이쪽과 저쪽, 점으로 찍혀있습니다

 

마을 쪽 포플러나무들은 햇살을 빨아들여 검은 그림자를 쏟아냅니다

나무 그늘 아래 어린 목동들은 양떼를 몰며

덧문을 제치듯 살며시 우리를 엿봅니다

 

그 눈빛 이쪽으로 건너와 내 이마에 불을 켭니다

작은 마을 집집마다 홈스테이, 무해한 머니입니다

 

살과 뼈를 없앤 산정들의 물방울, 카라콜 호수와

파미르 고원으로 가는 것은

모진 개체를 부수어 끝없이 돌아오기 위함입니다

 

요람을 들어 올린 아이들같이

음표를 잊은 느린 멜로디같이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진영심 시인

전북대학교 대학원 영문과 석사 졸업. 2019년 《시현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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