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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황금찬 시인 / 사랑의 눈 외 4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29.

황금찬 시인 / 사랑의 눈

 

 

집들의 눈은

창이고

 

내 영혼의 창은

눈이다

 

사랑은 수레바퀴와 같은

태양의 눈을

항상 뜨고 있었다.

 

 


 

 

황금찬 시인 / 사랑이 자라는 뜰

 

 

아직도

내 체온이 식지 않은

풀 씨를 한 움큼

창 앞에 뿌려 놓고

새를 기다린다.

 

늙은 참새 한 쌍이

날아와

마음놓고

내 체온을 다 주워 먹었다.

 

따사한 정에

허기를 면하고

몸이 풀려 서늘한 표정으로

목례를 하고

 

얼마간 졸다가

구름 밭을 지나

어디론지

날아가 버렸다.

 

지금 창 앞에는

새가 두고 간 사랑이

풀잎으로

자라가고 있다.

 

 


 

 

황금찬 시인 / 산골 사람

 

 

그는 물소리만 듣고

자랐다

그래 귀가 맑다

 

그는 구름만 보고

자랐다

그래 눈이 선하다

 

그는 잎새와 꽃을 이웃으로 하고

자랐다

그래 손이 곱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평범한 가르침

선하고 착하게 살아라

네가 그렇게 살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

 

나는

충성과 효도를 모른다

다만 어머니와

아버지의 말씀을

잊지 못하고

살아 갈 뿐이다

 

오늘

내가 남길 교훈은

무엇일까

나도 평범한 애비여서

선하고

착하게 살아라

 

사랑하는

아들아, 딸들아

이 말 밖에

할 말이 따로 없다.

 

 


 

 

황금찬 시인 / 숲 속 작은 집

 

 

새가 되고 싶어

산으로 가네

노래부르는 새가

그리하여

너 닫힌 창 앞에서

문이 열릴 때까지

사랑의 노래를 부르리

 

꽃이 되고 싶어

들로 가네

겨울에도 피는 꽃이

 

사랑이 그리워

뿌리로 옮아다니며

너의 뜰에

하늘 향기로 피어나리

 

꽃이 되고자

새가 되고 싶어

숲 속 작은 집

주인 되어

돌아가리

 

 


 

 

황금찬 시인 / 어머니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네게 일러 주는 말을

잊지 말고 자라나거라.

 

네 음성은

언제나 물소리를 닮아라.

허공을 나는 새에게

돌을 던지지 말아라.

 

칼이나 창을 가까이 하지 말고

욕심도 멀리 하라.

 

꽃이나 풀은

서로 미워하지 않고

한 자리에 열리는

예지의 포도나무

 

강물은 멎지 않고 흐르면서

따라 오라

따라 오라고 한다.

 

하늘을 바라보며

강물같이 흘러

바다처럼 살아라.

 

포도송이에

별이 숨듯…

바닷속에 떠 있는

섬같이 살아라 하셨다.

어머님이∼

 

 


 

황금찬 시인(黃錦燦 1918년-2017년)

1918년 강원 속초시 출생. 1947년 ,새사람>에 처음으로 시를 발표하였고 1951년 시 동인 '청포도'를 결성했다. 1953년 <문예>지에 <경주를 지나며>가 추천되어 정식으로 등단했다. 1965년 첫 시집 <현장>을 낸 이후 2008년 <고향의 소나무>까지 거의 매년 시집을 낼 정도로 왕성한 창작을 해왔다. 1948~78년에 강릉농업고등학교, 서울 동성고등학교 교사를 역임했고, 1978~80년 중앙신학대학 기독교문학과 교수, 1980년~94년에는 추계예술대학, 숭의여자전문대학, 한국신학대학에서 강의했다. 1996 대한민국문학부문문화예술상. 1992 문화의 달 보관문화훈장. 1990 서울시 문화상. 1982 한국기독교 문학상. 1973 월탄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