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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밝은 시인 / 외계인 손 증후군*
언젠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는 신의 말씀이 있었다는데
내가 잘 알았던 내 손 뽐내는 얼굴들만 모이는 기슭으로 뻗으려던 적 많았다 잡으려고, 잡아보려고
이제 그만 쓸데없는 욕심들 내려놓으려 해도 비웃는 손, 모르는 척 시치미다
어제는 내 손으로 내 목을 짓눌러 피멍이 들고 오늘은 순해지려는 손을 가슴에 얹다가 바닥에 내팽개쳐지고
어느 날은 제멋대로인 손이 멀쩡한 벽을 치고 피를 철철 흘리며 하늘에 삿대질을 했다
나의 비밀을 보듬어줄 어딘가로 나갈 수 있는 문이 닫혀버릴지 몰라 나를 시기하는 나에게 더는 휘둘리지 않겠다며 빳빳하게 무장한 고개를 당당하게 쳐들어도 아뿔싸,
언제나 나를 상처투성이로 만들어버리는 손
날카로운 가시를 무성하게 키워내라는 계시가 붙박여 있다
*한 손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여 마치 손 자체가 의지를 가진 것처럼, 혹은 외부의 어떤 힘에 이끌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신경 질환.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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