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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시인 / 봄
다시 그리움은 일어 봄바람이 새 꽃가지를 흔들 것이다 흙바람이 일어 가슴의 큰 슬픔도 꽃잎처럼 바람에 묻힐 것이다 진달래 꽃 편지 무더기 써갈긴 산언덕 너머 잊혀진 누군가의 돌무덤가에도 이슬 맺힌 들메 꽃 한 송이 피어날 것이다 웃통을 드러낸 아낙들이 강물에 머리를 감고 오월이면 머리에 꽂을 한 송이의 창포 꽃을 생각할 것이다 강물 새에 섧게 드러난 징검다리를 밟고 언젠가 돌아온다던 임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보리 꽃이 만발하고 마 가는 가시내들의 젖가슴이 부풀어 이 땅 위에 그리움의 단내가 물결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곁을 떠나가 주렴 절망이여 징검다리 선들선들 밟고 오는 봄바람 속에 오늘은 잊혀진 봄 슬픔 되살아난다 바지게 가득 떨어진 꽃잎 지고 쉬엄쉬엄 돌무덤을 넘는 봄.
곽재구 시인 / 산에 꽃피면
산에 꽃피면
봄 산에 꽃피면
내 사랑은 내 사랑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시냇물이 흐르면 시냇물이 흐르는 대로
내 조국은 내 조국이다.
곽재구 시인 / 새
라일락꽃 향기처럼 아름다운 추억이 늘 내 가슴속에 숨쉴 수 있기를 라일락꽃 향기처럼 아름다운 고통이 늘 내 가슴속에 빛날 수 있기를
해 저무는 날 새 한 마리 내 삶의 여울목에 뜨거운 노래 한 섬 부리고 갑니다.
곽재구 시인 / 새벽을 위하여
잠들다 포근하여 깨어보면 당신은 늙고 해진 입술로 내 이마 위에 새벽의 젖은 꽃무늬를 새겨지지만 어머니 이 고요한 당신의 입맞춤보다 깊게 나를 껴안을 어둠의 큰 그리움을 불러 세울 수 있다면 그 새벽녘엔 아들의 깊은 잠을 깨워줘요 그 새벽녘에 기다렸던 길을 뜰 거예요 칡흑의 깊은 어둠과 돌절벽 끝 부서지는 강물소리를 거슬러 한 사람씩 누군가를 암장하던 자갈밭의 삽질소리를 거슬러 어머니 당신의 입맞춤이 내게 속삭여준 길고 긴 기다림의 새벽나라를 위해 봄과 겨울, 죽음과 사랑의 헛된 영화를 버리고 진창이거나 가시밭길이거나 눈길이거나 뜨거운 유황불길 속이라도 숨막힌 아카시아 꽃길을 가듯 걸어가겠어요 꽃 지는 날엔 어둠이 다시 들고 바람 부는 날 찾아오는 두려움이 더 깊겠지만 어머니 당신의 큰 그리움이 내 가슴에 새겨준 그 새벽녘엔 아직은 보이지 않는 그 날의 큰 새벽을 위해 삼 십 년 하루도 거른 일 없는 당신의 깊고 고요한 입맞춤을 떠나겠어요
곽재구 시인 / 서울 세노야
오 년만의 연락에도 시 쓰는 동무들 모이지 않아 깊게 술 마신 밤 어기어차 노 저어 상도동 산 1번지 강형철네 포구로 간다 휘몰이 밤 물길 젓고 또 저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마지막 물굽이 자주달개비 꽃 빼어 닮은 형철이 각시는 술살 보러 새로 두시 밤 물길 눈 비비며 가는데 세노야 멸치 잡아 그물 온방내 던져봐도 멸치 꼬랑지만한 금빛 시 한 줄 서울의 가을바다에 걸리지 않고 세노야 달은 떠서 산 넘어 가는데 우리 갈 길 아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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