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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용 시인 / 진흙쿠키를 굽는 시간 1
지상에 더 이상 빵조각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을 때 열매를 매단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을 때 땅속에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흙을 발견한다는 것은 얼마나 지혜로운 일인지 그 흙을 불에 구워 진흙의 쿠키로 만든다는 것은―. 불이 이렇게 인간을 지혜롭게 만들었다는 것은 진화론의 관점만이 아니어서 자신의 간을 독수리에게 쪼아 먹히고 있는, 그 신화의 의미만이 아니어서 인간의 위가 때론 쇄석기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불가지론의 표본 같은, 저 진흙쿠키―.
그래, 초원의 발톱들은 생살을 그냥 찢는다. 그 무엇도 불에 굽거나 익히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불에 날것을 익힌다
보라, 흙도 저렇게 불에 구우니 달콤한 초콜릿 같은 비스킷 같은, 진흙의 쿠키가 되지 않는가
그렇다. 아직도 자신의 간을 송두리째 독수리에게 쪼아 먹히고 있는 인간이 있다
쪼아 먹히면 또 돋아나는 간, 그 간을 쪼아 먹으며 자신의 간을 자신이 쪼아 먹으며, 불에 진흙의 쿠키를 굽고 있는 시간
마치 모든 것을 향수의 유혹적인 빛깔을 띠게 하는, 저녁의 노을에 감전된 것처럼
아직도 위가 쇄석기로 만들어 진 듯, 흙으로 빚은 몸속에 흙의 피가 돌고 있다는 듯
붉은 기억의 지평선 위에 달이, 불에 구운 진흙의 쿠키처럼 떠오를 때 그 달이, 갈비뼈만 앙상한 시간의 몸에 발톱을 얹을 때
월간 『모던포엠』 2020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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