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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관 시인 / 한파주의보
지금 3월을 생각한다는 것은 미리 달려가 권태라는 벌을 받는 일 등마다 서릿발 무늬를 짊어진 겨울의 유민이 되어 봄 제국 앞에 입국심사를 기다려야 한다
동창의 불행을 소문내는 척 애틋하게 혹한을 설명하는 기상캐스터의 짧은 원피스에서 이물감이 올라온다
불 꺼진 난로라도 보는 순간 손부터 꺼내는 습관을 잊을 때쯤 3월이 스민다
혼음하듯 외투에 매달린 악취들에서 번다함을 느낀다 한쪽으로 닳은 뒤축에서 생계의 편벽(便辟)을 동정한다
지난 달력의 기념일들을 옮기다가 꽃 따위에 대한 기대도 없이 3월에서 멈췄다 그날들을 더 이상 표기하지 않을 때 소멸을 생각한다
버스에 탑승한 이상 언젠가는 하차해야만 한다 쌓아놓았던 나이를 다 뜯어먹은 노인마냥 폐허를 경유한 사람은 수긍의 기술을 안다
노숙인의 저체온증 사망과 빙판사고처럼 겨울은 패배나 착각에 대한 관용이 없다
텀블러의 무표정을 오후 내내 바라보았다
계간 『시작』 2019년 봄호 발표
전영관 시인 / 구름 감별사
먹장구름이 몸을 찢는 자해극을 벌인다 결말을 아는 사람들은 우산 아래로 피신한다
멈춘 것처럼 다가오는 저 구름은 바람 불 때나 기다렸다 몸을 옮기는 무능력자 본적지도 모르는 천애고아 노을과 콜라보하는 공연기획자 정신과에서 애용하는 우울증 지표 천 겹 면사포를 두른 마법사의 애인 명랑한 척하다 오열하는 이혼녀 주야로 섞이고 섞는 공개 스와핑 전지적이면서 문자가 없는 신의 메모장 형용사가 따라잡지 못하는 아포리아
계모처럼 순식간에 소나기로 돌변하면서 뭉게구름이 폭신한 행복을 과장하고 있다 양떼구름은 자기확신이 부족해서 몰려다니는 사춘기 학창시절의 치기를 못 지웠다는 증거다 새털구름은 시비에서 한 발짝 떨어지듯 배회한다 연륜만이 표현 가능한 높이와 자세다 이슬비는 구름이 들킨 과거사 애련의 주인공처럼 흐느낀다
폭우의 결과를 뒤따르는 예보는 중계일 뿐이다 비겁은 용기의 반대말이 아니라 비겁이 편안해지는 때를 지적한 것이다 변화무쌍은 피로의 유사어 생이 버거우면 하늘을 보지 않는다 구름은....... 미묘해 몹쓸 것이라 감별한다
계간 『모:든시』 2019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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