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민 시인 / 식탁 위에 그대를
그대를 올려놓은 적 있다, 미안하지만 식탁 위에 환한 낮이었고 우리의 겨울
아니다 조금만 건드리면 가녀린 음을 울리는 클래식 기타였다 떨어지는 낙엽 하나가 문신으로 새겨진
늘 새로운 악보를 그렸다 식탁 위에서 그대의 허벅지 위에서 아름답다고 여기던 것은 늘 매번 다음날이 되면 산산이 부서졌다
또 태어났지 식탁 위에 기타를 안고 누웠었지 그대가, 처음엔 늘 잔잔한 선율로 조금씩 흐르다가
차디찬 불덩이가 되어 언제나 거칠게 식탁의 속삭임은 끝을 맺었지만
찢기고 절망하며 다음 밤에 또 난생 처음 태어나는 음악을 그리고, 새기고 어제와 다르게 어제와 다르게 죽을 것처럼, 그래야 사는 것처럼
식탁 위에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기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 비린 것들을 우리는 천천히 캔버스에 스케치했지 했었었다
아주 오래 전에
웹진 『시인광장』 2020년 3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황금찬 시인 / 그리움 외 5편 (0) | 2020.07.27 |
|---|---|
| 곽승란 시인 / 아름다운 여인 외 6편 (0) | 2020.07.27 |
| 최지하 시인 / 그 밖의 나는 (0) | 2020.07.26 |
| 임은호 시인 / 광야에서 (0) | 2020.07.26 |
| 윤인미 시인 / 0의 안부 (0) | 2020.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