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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구재기 시인 / 휘어진 가지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5.

구재기 시인 / 휘어진 가지

 

 

   열매가

   가득 차면

   가지는 절로 휘어진다

 

   열매를

   다 쏟아내고서야

 

   휘어진

   가지는 비로소

   똑바로 돌아간다

 

   일 년 전

   하던 짓 그대로이다

 

 


 

 

구재기 시인 / 뒤늦은 깨달음에 대하여

 

 

   나이 68살이 되는

   햇볕 좋은 봄날

   어제 만났던 초등학교 동창을

   또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나이로 8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그래서 친구가 된 지

   벌써 60년이 흘러갔다

 

   그 긴 세월을

   문득 깨닫고는

   초등학교 동창 밴드에 들어가

   60년 된 친구임을 두루 알렸더니

 

   또 다른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 와서

   그걸 바로 깨닫는데

   60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지상에 없는 친구까지

   뒤늦게 달려와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높여

   눈물로, 60년을 외쳐대기도 했다

 

 


 

 

구재기 시인 / 내 몸은

 

 

   높고 낮음

   많고 적음

 

   넓고

   좁음 사이

 

   삶과 죽음

   ㅡ 과 같은 개념들이

 

   모두 담긴

   그릇된 그릇이다

 

   내 몸이

   너무 크다

 

 


 

 

 구재기(丘在期) 시인

호. 신곡(新谷). 1950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 충남대학 교육대학원 졸업.  1978년 《현대시학》에서 시부문 추천 완료(전봉건 시인 추천)로 등단. 고등학교 국어교사. 시집으로 『농업시편』, 『바람꽃』, 『아직도 머언 사람아』, 『삼 십리 둑길』, 『둑길行』, 『 빈손으로 부는 바람』, 『들녘에 부는 바람』, 『정말로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내 가슴 속의 날 지우는 일이다』, 『겨울은 옷을 벗지 않는다』, 『콩밭 빈 자리』, 『千房山체 오르다가』, 『살아갈 이유에 대하여』, 『강물』 등이 있고  제 2회 충남문학상, 충청남도 문화상 문학부문, 제6회 시예술상 수상. 현재 충남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