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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기 시인 / 휘어진 가지
열매가 가득 차면 가지는 절로 휘어진다
열매를 다 쏟아내고서야
휘어진 가지는 비로소 똑바로 돌아간다
일 년 전 하던 짓 그대로이다
구재기 시인 / 뒤늦은 깨달음에 대하여
나이 68살이 되는 햇볕 좋은 봄날 어제 만났던 초등학교 동창을 또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나이로 8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그래서 친구가 된 지 벌써 60년이 흘러갔다
그 긴 세월을 문득 깨닫고는 초등학교 동창 밴드에 들어가 60년 된 친구임을 두루 알렸더니
또 다른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 와서 그걸 바로 깨닫는데 60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지상에 없는 친구까지 뒤늦게 달려와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높여 눈물로, 60년을 외쳐대기도 했다
구재기 시인 / 내 몸은
높고 낮음 많고 적음
넓고 좁음 사이
삶과 죽음 ㅡ 과 같은 개념들이
모두 담긴 그릇된 그릇이다
내 몸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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