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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정일 시인 / 다발의 비, 다발의 바람,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4.

권정일 시인 / 다발의 비, 다발의 바람,

 

 

 그를 놓자 비가 내렸다. 바람이 불었다. 다발 비, 다발바람, 약간의 비타민과 약간의 탄수화물과 약간의 호기심과 약간의 이기심과 적어도 내 몸에 수은처럼 흐르는 나쁜 피와, 다발의 비, 다발의 바람, 몸을 뒤척였다 그러나 단지 그뿐. am 12 : 12.

 

  그가 말하는 방식으로 시작하고 그가 이별하는 방식으로 이별했다. 은밀히 자라는 비와 세계가 작아지는 바람. 현재형의 다발 비, 다발바람, 나는 가만히 앉아서 창밖에 동시다발, 비와 바람을 맞는다. am 00 : 00

 

  비바람 모두 무너졌다 적어도 다발 비, 다발바람, 비처럼 날아오르다 바람처럼 불어오다 떨어지는 다발의 비, 다발의 바람, 기억의 이름을 가진 비. 기억의 이름을 가진 바람. 비의 이름을 가진 바람, 바람의 이름을 가진 비바람 도서관을 설계했다. pm 00 : 00

 

  적어도 다발 비, 다발바람, 새로운 터에 펼쳐지는 도서관 대문에는 다발의 비, 다발의 바람, 문패를 걸었다. 문패는 순하고 드넓은 짐승의 등, 신이 던진 창이 꽂힌 채로 나를 기웃거렸다. 적어도 다발 비, 다발바람, 이 거대한 진공관 속을 떠도는 다발의 비, 다발의 바람.......흰옷을 입은 다발의 비, 다발의 바람, 밀떡을 받아먹는다. pm 11 : 59.

 

웹진  『시인광장』 2012년 5월호 발표

 

 


 

권정일 시인

1961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 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부문에 〈어머니는 수묵화였다〉가 당선되어 등단. 2003년에는 국제사화집 『숲은 길을 열고』 발간. 시집으로 『마지막 주유소』 (현대시, 2004)와 『수상한 비행법』(북인, 2008)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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