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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 / 달밤
어수룩히 숙어진 무논 바닥에 외딴집 호롱불 깜박이는 산이 내리고
소나기처럼 우는 개구리 울음에 물에 뜬 달이 그만 바스라지다.
달밤.
안개는 피어서 꿈으로 가나, 물에 절은 쌍꺼풀눈 설운 네 손톱을,
한 짝은 어디 두고 홀로이 와서 입안에 집어넣고 자근자근 씹어주고 싶은 네 아랫입술 한 짝을,
눈물 아슴아슴 돌아오는 길.
어디서 아득히 밤뻐꾸기 한 마리 울다말다 저 혼자도 지치다. 나 혼자 이슬에 젖는 어느 밤.
나태주 시인 / 당신을 알고부터 시작된 행복
나의 삶에 지치고 힘들때 언제든지 찾아가 엉켜진 모든짐을 내려놓을수있는 당신을 알게되어 행복합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행복한날이 내생애 몇날이나 있을런지 하루살이 인생 이라면 그 하루의 전부를 주저없이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하루살이처럼 오늘만 살고 간다면 당신 허락없이 내 맘대로 당신을 사랑하다 가겠습니다.
세월이 말없이 흘러 가는것처럼 내마음은 큰 강물이 되어 당신에게로 흘러갑니다.
나는 당신 사랑해도 되냐고 묻지 않겠습니다. 나보더 훨씬 먼저 당신이 나를 사랑했기 때문이죠.
이 세상 끝은 어디쯤일까? 궁금해 하지도 않겠습니다. 당신과 함께 가는길은 시작과 끝이 같으니까요
당신을 알고부터 시작된 행복 이제는 매일 당신과 함께 호흡함에 행복합니다.
나태주 시인 / 뒷모습
뒷모습이 어여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자기의 눈으로는 결코 확인이 되지 않는 뒷모습 오로지 타인에게로만 열린 또 하나의 표정
뒷모습은 고칠 수 없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물소리에게도 뒷모습이 있을까 ? 시드는 노루발풀꽃, 솔바람소리 찌르레기 울음소리에게도 뒷모습은 있을까 ?
저기 저 가문비나무 윤노리나무 사이 산길을 내려가는 야윈 슬픔의 어깨가 희고도 푸르다
나태주 시인 / 똥풀꽃
방가지똥풀꽃 애기똥풀꽃 가만히 이름을 불러 보면 따뜻해지는 가슴 정다워지는 입술 어떻게들 살아 왔니? 어떻게들 이름이나마 간직하며 견뎌 왔니? 못났기에 정다워지는 이름 방가지똥풀꽃 애기똥풀꽃 혹은 쥐똥나무, 가만히 이름 불러 보면 떨려 오는 가슴 안쓰러움은 밀물의 어깨.
나태주 시인 / 멀리서 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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