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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천향미 시인 / 열반의 이파리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31.

천향미 시인 / 열반의 이파리

 

 

  환승역 지나올 때 낙엽 한 장 법열에 내려와 앉는다 태곳적 적막을 닮은 투명한 몸, 두 손으로 오롯이 받아 안자 우주를 품었던 붉은 기운 내 몸 속 빛을 만나 최초의 불꽃으로 타오른다 맥박소리 아득히 무성했던 시간을 풀어놓는 동안 실핏줄로 번지는 잎맥, 화엄의 경계를 넘는다 잠을 준비하는 나무들 나이테를 새길 때 가냘픈 가지 끝에 매달린 절창 한 소절 눈부시다 속내를 숨긴 점멸등 말더듬이로 서 있다 빈산이 가벼워지는 시간, 사람의 마을에 기적이 울고 낭자한 어둠이 슬픔으로 들어와 앉는다 떨어진 잎들 합장하며 차곡차곡 무릎 꿇는 경배의 때, 첩첩의 산그림자 능선을 지우며 등을 포개고 있다. 그 장엄 앞에 고개 숙이는 동안 기차는 미로역 지나 상습 이별지역에 접어들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2월호 발표

 

 


 

천향미 시인

1965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 2007년 계간 《서시》를 통해 등단. 2011년 《한국문학방송》 신춘문예 당선. 현재 『시와 미학』 편집장으로 활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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