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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향미 시인 / 열반의 이파리
환승역 지나올 때 낙엽 한 장 법열에 내려와 앉는다 태곳적 적막을 닮은 투명한 몸, 두 손으로 오롯이 받아 안자 우주를 품었던 붉은 기운 내 몸 속 빛을 만나 최초의 불꽃으로 타오른다 맥박소리 아득히 무성했던 시간을 풀어놓는 동안 실핏줄로 번지는 잎맥, 화엄의 경계를 넘는다 잠을 준비하는 나무들 나이테를 새길 때 가냘픈 가지 끝에 매달린 절창 한 소절 눈부시다 속내를 숨긴 점멸등 말더듬이로 서 있다 빈산이 가벼워지는 시간, 사람의 마을에 기적이 울고 낭자한 어둠이 슬픔으로 들어와 앉는다 떨어진 잎들 합장하며 차곡차곡 무릎 꿇는 경배의 때, 첩첩의 산그림자 능선을 지우며 등을 포개고 있다. 그 장엄 앞에 고개 숙이는 동안 기차는 미로역 지나 상습 이별지역에 접어들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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