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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리영 시인 / 추젓

by 파스칼바이런 2020. 7. 31.

김리영 시인 / 추젓

 

 

  밀려온다. 대명항 젓갈 축제. 봉지마다 몇 키로씩 뒤엉겨 담기는 생새우의 수염 사이로 저 벌판에 우거진 누런 이삭들, 흙덩이 갈아엎는 경운기 옆을 가진 것 없이 일 안 하고 지나온 죄가 밀려온다. 어머니의 운명을 지키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빈 죄, 고개 떨며 도정(搗精)되기 직전, 숨 막혀도 보고 싶다 말하지 않은 죄, 출렁이며 로그인 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한 죄들이 온다.

 

  진 날, 개 사타구니에 뒹굴어 비천해지고,

  폭탄비 뒤집어 쓸 물결 피해 산동네로 이사했던……  

  또 떠나려고 떠밀리며 배들이 돌아온다.

 

  포구로 잡혀온 잔 새우들 틈에 끼어

  죽지도 못하고 꼬물거리는 작은 게딱지 속

  부드러운 살점은 눌려가고, 잘못했다,

  참 잘못했다. 굵은 소금 뿌려

  버무린 죄들 저려지는 시간,

  아직도 한참 곰삭아야 팔려 나갈

  가뭇한 두 눈 감지 못한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3월호 발표

 

 


 

김리영 시인

1959년 서울에서 출생, 1991년 4월 《현대문학》에 〈죽은 개의 슬픔〉외 5편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서기 1054년에 폭발한 그』(한국문연, 1993) , 『바람은 혼자 가네』(동학사, 1999), 『푸른 콩 한 줌』(문학아카데미, 2006)등과 『구름에 기대지 않는 춤』(바움커뮤니케이션, 2011) 및 P&A 시집이 있음. 2012 제4회 바움문학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