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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진 시인 / 바꿀 수 없는 버릇
어금니를 무는 버릇이 있군요 의사가 숨은 버릇 하나를 찾아냈을 때 입을 다문 건 부끄러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헐어가는 입으로 물고 있는 것들, 옛 애인의 소문이나 책 속의 쓰레기 같은 정신이나 매운 사탕과자나 썩고 있는 우울, 나의 만찬들을 씻어내기 싫어서였다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금이 가겠는데요 의사가 자꾸 버릇이라고 말할 때 손으로 입을 막아버린 건 어금니가 부서지도록 깨물어야 안심이 되는 것, 그것이 나라고 말할 수 없어서였다 위험한 버릇이라지만 내게 정말 위험한 건 꽃이름 따위를 말하느라 입을 벌리는 순간 삶의 허공을 깨무는 일이다 노련하게 어금니에 힘을 준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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