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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혜영 시인 / 고래의 입술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

김혜영 시인 / 고래의 입술

 

 

고래는 귀를 닫는다

(그물의 미묘한 떨림이 감지되어도)

(혁명의 신호일지라도)

 

고래의 꼬리는 파란 물빛을 흔든다

(합법적인 조치라고 선언하는 경찰)

 

구멍새우의 집은 바닥이다

(빈 둥지를 지키는 구멍새우)

(직장을 떠날 수 없어)

 

가마우지는 철제 크레인 위에서 운다

(합법적인 경찰이 걸어오고)

(검사가 걸어오고)

 

고래가 꾸역꾸역 새우를 삼킨다

(트림을 하는 순간)

(폭발하듯 솟구치는 물기둥)

 

고래는 입술로 듣는다

(법의 방파제에)

(녹색 파문이 번지는 소리를)

 

웹진 『시인광장』 2012년 3월호 발표

 

 


 

김혜영 시인

경상남도 고성에서 출생. 부산대 영어영문학과 및 同 대학원 졸업. 1997년 《현대시》로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천년의시작, 2004), 『프로이트를 읽는 오전』(지혜, 2011)과 평론집 『메두사와 거울』이 있음. 현재 계간 『시와 사상』 편집위원이며 신라대학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