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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심재휘 시인 / 아말감 중독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

심재휘 시인 / 아말감 중독

 

 

  돌이켜보면

  나는 아말감 중독자

  어릴 적에 어금니 속으로

  가득 채워넣은 순백의 아말감을

  평생 조금씩 갉아먹고 왔던 것이다

  매일 조금씩 그 달빛 같은 것을

  나도 모르게 핏속으로 흘려보냈던 것이다

  어금니를 파고든 봄볕의 빈 터를 메우며

  언젠가부터 입속 어둠에 깊게 뿌리내린

  저 외로운 불치의 깃발

  가족들이 모두 나가고 혼자 남은

  겨울 아침에

  까닭없이 마음이 창백해지는 이유를

  이제야 나는 알겠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3월호 발표

 

 


 

심재휘 시인

1963년 강릉에서 출생. 고려대 국문과와 同 대학원을 졸업.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부는』 (문학세계사, 2002)과  『그늘』(랜덤하우스, 2007)이 있음. 2002년 제8회 현대시동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