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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랑 시인 / 눈 오시는 밤
산의 등줄기를 덮고 나서, 그는 무엇인가 할 일이 있다는 듯 마을로 엉금엉금 내려오고 있다 숲속 어디쯤에서 놓아버리고 싶었던 길, 발끝에 부딪치는 어둠 지게로 짊어지고 딱딱한 담벼락 모퉁이 얼굴 문지르면 그제서야 몸뚱아리 뒤척이는 돌멩이들 이 한 몸 섞여질 수 없는 것일까 푸르름 피해 떠나온 그들 발등 핥으며 드러누울 즈음, 구경나온 불빛마저 포개지는 밤 포갤수록 하나의 빛깔로만 노래하는 그들 저마다 무거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부푸는 마당가에 마음 끌어내어 사람들아, 한바탕 웃어젖혀 보아라 이승 다녀간 누군가의 숨결소리 산비탈 거머쥐고 꿩이 알 품은 듯 그처럼 솟은 한 채 집 오늘밤 몰래 몰래 품어보려 했음인가
웹진 『시인광장』 2012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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