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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 시인 / 다른 곳으로 꿈꾸러 간다
밧줄을 당겨놓고 그 위를 걷는 광대처럼
작두를 세워놓고 그 위에 뛰는 무당처럼
이를테면 서울에서 여수까지 철로의 길이만큼 긴 기차
우리는 신발 속에서만 여행을 떠났다 우리가 가진 가장 깊은 바닥 속에서만
겹겹이 뻗은 산맥의 이름이 아니다 푸르게 휘는 해변의 이름이 아니다
밧줄을 놓친 눈빛이 백한 칸 백두 칸 백세 칸 산맥을 잘라 담은 상자로 깨어질 때 작두에 베인 가슴이 다음 칸 다음 칸 다음 칸 해변에 뿌린 피의 동이로 쏟아질 때
광대의 웃음을 닮은 무당의 예언으로 무당의 미래를 닮은 광대의 표정으로
이를테면 서울에서 여수까지 철로의 길이만큼 긴 플랫폼
어디서 타도 좋고 어디에서 내려도 괜찮았다 출발과 도착이 하나인 여행에서
하나 둘 셋 그리고 누군가 신발을 벗고 철로로 떨어졌다
하나의 선을 따라 타들어가는 불꽃을 달고 하나의 선의 끝에 매달아놓은 화약을 향해
웹진 『시인광장』 2012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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