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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용택 시인 / 10월 외 5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3.

김용택 시인 / 10월

 

 

부드럽고 달콤했던 입맞춤의 감촉은 잊었지만

그 설렘이 때로 저의 가슴을 요동치게 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그 가을이 가고 있습니다.

10월이었지요.

행복했습니다.

 

 


 

 

김용택 시인 / 그때

 

 

허전하고 우울할 때

조용히 생각에 잠길 때

어딘가 달려가 닿고 싶을 때

파란 하늘을 볼 때

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둥 떠가면 더욱더

저녁노을이 아름다울 때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둥근 달을 바라볼 때

무심히 앞산을 바라볼 때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

빗방울이 떨어질 때

외로울 때

친구가 필요할 때

떠나온 고향이 그리울 때

이렇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내 그리움의

그 끝에

당신이 서 있었습니다.

 

 


 

 

김용택 시인 / 그랬다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김용택 시인 / 그이가 당신이예요

 

 

나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도 나의 사람으로 남아 있는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사람이 당신입니다

나의 가장 부끄럽고도 죄스러운 모습을 통째로 알고 계시는

사람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분일 터이지요

그분이 당신입니다

나의 아흔아홉 잘못을 전부 알고도 한점 나의 가능성을

그 잘못 위에 놓으시는 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이일 테지요

그이가 당신입니다

나는 그런 당신의 사랑이고 싶어요

당신의 한점 가능성이 모든 걸 능가하리라는 것을

나는 세상 끝까지 믿을래요

나는,

나는 당신의 하늘에 첫눈 같은 사랑입니다.

 

 


 

 

김용택 시인 / 나는 당신의 꽃

 

 

내 안에

이렇게 분이 부시게

고운 꽃이 있었다는 것을

나도 몰랐습니다.

몰랐어요

 

정말 몰랐습니다

처음 이예요

당신에게 나는

이 세상 처음으로

한 송이 꽃입니다

 

 


 

 

김용택 시인 / 나를 잊지 말아요

 

 

지금은 괴로워도 날 잊지 말아요.

서리 내린 가을날

물 넘친 징검다리를 건너던

내 빨간 맨발을

잊지 말아요.

 

지금은 괴로워도 날 잊지 말아요.

달 뜬 밤, 산들바람 부는

느티나무 아래 앉아

강물을 보던 그 밤을

잊지 말이요.

 

내 귀를 잡던 따스한 손길,

그대 온기 식지 않았답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

 

 

 


 

김용택(金龍澤, 1948 ~ ) 시인.

전북 임실 출생. 순창농림고등학교를 졸업. 1982년 “21인 신작 시집”에 ‘섬진강’을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섬세한 시어와 서정적인 가락을 바탕으로 농촌의 현실을 노래하였다. 섬진강 곁에 거처를 두고 초등 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그는 이제까지 시집 『섬진강』(1985) · 『맑은 날』(1986) · 『누이야 날이 저문다』(1988) · 『꽃산 가는 길』(1988) · 『그리운 꽃편지』(1989) · 『그대, 거침없는 사랑』(1993) · 『강 같은 세월』(1995) · 『그 여자네 집』(1998) 등을 펴낸 바 있다. 김용택은 1986년에 ‘김수영 문학상’, 1997년에 ‘소월 시문학상’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