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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화 시인 / 닻
새로 생긴 대형마트는 거대한 상선(商船)같이 떠 있다 주말이면 수백 대의 차들이 실려 있는 주차장 그 건너편 도로에 입점반대 대책위원회 불빛이 집어등처럼 반짝이다 사라졌다 붉고 검은 글자의 돛이 펄럭거리던 천막 한 척 물길도 없고 정박지도 아닌 노상에 떠 있었다. 신대륙을 찾고자 한 적도 없고 늘 그 자리인 날들로 출발하고자 했을 뿐이다
그 사이 눈이 내리고 추운 상권으로 손님이 줄고 따뜻한 진열과 따뜻한 시식코너가 있는 쇼핑이 붐볐다.
꽹과리 소리가 녹 슬만하면 울리고 호객소리 대신 구호가 울려 퍼지고 그 사이 신호등이 바뀌고 자동차 경적이 울리고 검은 저녁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얼음이 얼고.
바람을 타지 못한 돛이 내려지고 대형마트 입구는 여전히 정체되고 있을 뿐이다 천막이 철거되고 빈 간판들이 내려지고 수로 같던 골목은 꽝꽝 얼어간다 곧 공약이 난무하는 선거철이 얼음을 깨고 지나갈 것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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