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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숙 시인 / 미술관 달빛 아래
동치미 국물처럼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도 잠시 녹슨 철사 같은 바람이 상처를 들쑤시는데 들쑤신 자국마다 덧나고 부푸는데
아는 것이 많아 사랑하는 것도 많던,* 그리하여 한 표적으로 나를 울렸던 각진 혓바닥 위로 은방울꽃들 장그랑 피어나는데 핥고 쓰다듬는 자리마다 죽은 말들이 동이 째 굴러다니는데
클림트의 그림들이 내려지기 전날 멀리서 왔다 너를 만나듯 황금빛 은유로 베토벤 프리즈** 를 만난 날 악마성 앞에서 예술은 탄생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미술관 귀퉁이를 타 내리는 저 수정 달빛 같은 것이 호박마차의 바퀴소리 같은 것이 산(山)처럼 짐승처럼 아구리 벌리고 선 지난 시간의 뜨거운 교향곡인가
이별 앞에서 나는 더욱 아름다워져도 좋으리 잠시, 아주 잠시 그리웠던 그대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아는 것이 없으면 사랑하는 것도 적다’에서 패러디 **쉴러의 시 ‘환의의 송가’에 베토벤은 곡을 붙여 교향곡 ‘합창’을 만들었으며 구스타프 클림트는 그것을 그림으로 남겼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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