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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현숙 시인 / 미술관 달빛 아래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5.

유현숙 시인 / 미술관 달빛 아래

 

 

  동치미 국물처럼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도 잠시

  녹슨 철사 같은 바람이 상처를 들쑤시는데

  들쑤신 자국마다 덧나고 부푸는데

 

  아는 것이 많아 사랑하는 것도 많던,*

  그리하여 한 표적으로 나를 울렸던 각진 혓바닥 위로

  은방울꽃들 장그랑 피어나는데

  핥고 쓰다듬는 자리마다

  죽은 말들이 동이 째 굴러다니는데

 

  클림트의 그림들이 내려지기 전날 멀리서 왔다

  너를 만나듯 황금빛 은유로 베토벤 프리즈** 를 만난 날

  악마성 앞에서 예술은 탄생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미술관 귀퉁이를 타 내리는 저 수정 달빛 같은 것이

  호박마차의 바퀴소리 같은 것이

  산(山)처럼 짐승처럼 아구리 벌리고 선

  지난 시간의 뜨거운 교향곡인가

 

  이별 앞에서 나는 더욱 아름다워져도 좋으리

  잠시, 아주 잠시

  그리웠던 그대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아는 것이 없으면 사랑하는 것도 적다’에서 패러디

**쉴러의 시 ‘환의의 송가’에 베토벤은 곡을 붙여 교향곡 ‘합창’을 만들었으며 구스타프 클림트는 그것을 그림으로 남겼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5월호 발표

 

 


 

유현숙 시인

2001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과 2003년 《문학 선》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서해와 동침하다』(문학의전당, 2009)가 있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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