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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환 시인 / 해를 빗대어
초록이 무섭다 저 그악스러움이라니 느림은 사나운 것이로구나 식물류의 눈은 없는 것이거나 온몸이거나 여야 맞다 저들의 굴광성은 거역할 수 없는 빛의 욕동이다 이유 없이 치닫는 에네르기, 소리 없이 저지르는 불륜이다 누군가가 당신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바로 그런 몸짓이다
움직이는 것들은 붙박인 것들에 비해 저급하다는 말, 말을 하고 싶은 것인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눈을 지닌 저, 식물성의 저, 무조건의 생장점인 저, 낮은 주파수의 바지런함은 어디든 싸다닐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무색케 한다 ……허탈한 일이다
수태가 시작되면 가장 크고 실하게 눈부터 키우는 동물류의 의지란 결국 빛을 위한 최상의 배려일 텐데 왜, 머리 위의 저 해를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는 것인가
당신은 왜 나를 또 그렇게 보는가 괜스레 보기를 원하는가 보는 건 보는데 또 왜 눈을 들어 마주보라며 자꾸 그렇게 꽃을 피워대시나 밝은 데서 서로를 바라본 시간만큼이나 이제는 어둠에도 꽤 익숙해졌을 테지
그렇지?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렇게 온 세상의 눈부심에 익숙해 졌을 때라든가 밝음이 만드는 이면에 대해 겨우 조금 생각해 볼 때마다 다족류의 해명 안 되는 저 진귀한 각막들과 저, 수수많은 비늘에서 번져나는 저, 光氣의 페르몬으로 나는 그저 아연해질 뿐이라네
웹진『시인광장』 2012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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