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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환 시인 / 시인의 초상(肖像)
시인 제자, 보람이가 그려준 내 얼굴에는 내 혼이 들어있다 손바닥만 한 작은 액자 속, 빳빳하고 누런 재생지에 흑백의 단순한 선과 면이 만들어낸, 나보다도 더 나를 닮은 얼굴
어찌 보면 이라크전 종군기자처럼, 전쟁의 포화, 먼지와 화약 냄새 따라와 서 있는 듯도 하고 하얀 구름 뭉게뭉게 핀 언덕에 숨은 꽃들을 찾으러 와서 호미 들고 선 야생식물학자 같기도 하지만 실은 겨울 저녁, 붉은 햇살 비친 얼음산 조각 앞에 헐렁하게 웃고 선, 시인의 초상
아마도 내 혼을 나 몰래 살짝 불러내어 바람 앞에 세워놓고 거침없는 붓놀림으로 죽죽 그어 메워 나갔을, 그래서 더 깊이 따스하고 내게는 더 신비롭게 다가오는,
웹진 『시인광장』 2012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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