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백겸 시인 / 말하는 나무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9.

김백겸 시인 / 말하는 나무

 

 

높이와 넓이의 한계가 없는 에덴에 사는 생명나무가 지상으로 몸을 내민 가죽나무의 입을 빌어 나에게 말했다

 

마루에 누워 하늘의 구름을 보는 아이야, 너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 나는 이웃집 도지사관사의 주인처럼 부와 권력을 달라고 말했으나 가죽나무는 침묵을 했다

말씀이 없었으므로 부와 권력은 내 앞을 지나가 다른 친구들에게 선물로 주어졌다

 

높이와 넓이의 한계가 없는 모든 상징의 원본인 생명나무가 빛과 어둠의 지혜를 수액과 피처럼 흘려보내면서 가죽나무의 입을 빌어서 말했다

 

심장에 힘이 넘치는 청년아, 네가 원하는 꿈이 무엇이냐

나는 성춘향을 얻은 이도령처럼 사랑에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으나 가죽나무는 침묵을 했다

말씀이 없었으므로 사랑은 내 앞을 지나가 다른 남자에게로 시집을 갔다

 

명상에 잠긴 나에게 생명나무가 천둥 같은 경고의 말씀을 했다

너의 꿈과 욕망이 내 마음의 파문이자 그림자임을 모르겠느냐

나는 시작과 끝의 나무이며 하늘과 땅을 나눈 나무이다

너의 정신은 증류를 통해 나의 마음에 다다르는 임계농도를 넘어야 한다

쇠는 죽음과 부활의 용광로를 지나 황금이 되어야 한다

 

높이와 넓이의 한계가 없는 생명나무아래 번개가 치면서 시간의 꿈에서 미로학습을 하고있는 내 영혼의 방황이 드러났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7월호 발표

 

 


 

김백겸 시인

1953년 대전에서 출생. 충남대학교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 졸업.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기상예보〉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비를 주제로한 서정별곡』, 『가슴에 앉힌 산 하나』, 『북소리』, 『비밀 방』, 『비밀정원』과 시론집으로  『시적 환상과 불꽃에 갇힌 시와 시인들 『시를 읽는 천개의 스펙트럼』이 있음.  현재 웹진 『시인광장』 主幹. 계간 『시와 표현』 主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