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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국 시인 / 침묵의 도서관
죽고 사는 일이 물소리처럼 아릿하다, 여기는 온통 침묵을 베껴 적은 일생일대의 저작물들 죽음은 없고 묘비만 남은 생애들, 온통 여기서 황금빛 서가를 물들이고 있다
형체는 없고 기억만 살아 있는, 여기는 온통 끝없는 갈림길의 문장들, 침묵의 발걸음이 한 뼘 두 뼘 숨을 쉬고, 서가에 이마 기댄 이들의 일평생, 한낱 꿈으로만 흘러갈 순 없으니 오늘하루의 회전문 곁에 빗물 젖은 우산이 꽂혀 있다
창밖의 나뭇잎을 흔드는 빗방울들 영원의 찰나를 깨워놓는데 사진 속의 여자는 말이 없다 등을 구부린 채 한사코 액자 밖으로 팔을 내뻗고 있다 백 년 전의 이야기처럼
하루의 길이는 달라지지 않는데 일몰의 빛은 짧고 침묵의 투숙객이 펼쳐놓는 방명록, 묵직한 손 글씨가 그 일생의 행적을 말해주는데 결국은 모래시계처럼 비워지는, 여기는 온통
계간 『문학과 사람』 2020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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