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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시인 / 새의 울음소리에는
내 새벽잠을 가만 흔들어 깨우는 저 새의 울음소리는 새 울음만이 아니다 그 어떤 것의 비유로 말해야 옳다 비를 머금은 구름의 노래이거나 지하를 떠돌다 돌 틈을 빠져나와 계곡을 뛰어내리는 물줄기의 소리이거나 보채는 아이를 달래는 엄마의 자장노래 소리이거나 그렇다 저 소리를 새의 울음소리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눈감은 채 들어보면 그 옛날 그 여자가 부르던 노래 하마 은하의 강물 곁에 살림을 차리고 쌀 씻으며 부르는 노래 새 울음소리에는 지나온 천 개의 하늘이 있고 살아보지 않은 천 개의 강물 소리가 있다 그리운 노래가 있다 꿈꾸는 별들의 뒤척임 소리가 있다 새는 인드라의 그물코에 앉아 그 가운데 몇 개의 소리를 가져와 지금 내 귓가에 내려놓는 것이다
복효근 시인 / 생(生)
건전지는 극과 극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물려있다 애(愛)와 증(憎), 삶과 죽음의 자웅동체이다 어느 것 하나로는 심장은 뛰지 않는다 내 사랑도 죽이고 싶을 만큼의 똑같은 전압이 아니었다면 너와 나와의 온몸에 저릿저릿 피를 흐르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 몸에 꼭 맞는 관 속에 누워 죽어가면서 건전지가 극과 극에서 피워내는 저 아름다운 불꽃
복효근 시인 / 석쇠의 비유
꽁치를 굽든 돼지갈비를 굽든 간에 꽁치보다 돼지갈비보다 석쇠가 먼저 달아야 한다 익어야 하는 것은 갈비살인데 꽁치인데 석쇠는 먼저 달아오른다
너를 사랑하기에 숯불 위에 내가 아프다 너를 죽도록 미워하기에 너를 안고 뒹구는 나는 벌겋게 앓는다 과열된 내 가슴에 너의 살점이 눌어붙어도 끝내 아무와도 아무 것과도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이미 고독하게 알고 있다
노릇노릇 구워져 네가 내 곁을 떠날 때 아무렇지도 않게 제 자리로 돌아와서 너의 흔적조차 남겨서는 아니 되기에 석쇠는 차갑게 식어서도 아프다
더구나 꽁치도 아닌 갈빗살이지도 않은 내 사랑이여 어쩌겠는가 네가 떠난 뒤에도 나는 석쇠여서 달아올라서 마음은 석쇠여서 달아올라서 내 늑골은 이렇게 앓는다
복효근 시인 / 섬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아득한 거리에서 상처의 향기로 서로를 부르는,
복효근 시인 / '섬'의 동사형
동사 '서다'의 명사형은 '섬'이다 그러니까 섬은 서 있는 것이다 큰 나무가 그러하듯이 옳게 서 있는 것의 뿌리, 그 끝 모를 깊이 하물며 해저에 뿌리를 둔 섬이라니 그 아득함이여 그대를 향한 발기도 섰다 이르거늘 곡진하면 그것을 사랑이라 하지 그 깊이가 섬과 같지 않으면 어찌 사랑이라 하겠는가 태공이 훑고 가도 해일이 넘쳐나도 섬은 꿈쩍도 않으니 섬을 생각하자면 내 모든 꼴림의 뿌리를 가늠해보지 않을 수 없어 그래, 명사 '섬'의 동사형은 '사랑하다'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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