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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라 시인 / 핑키*를 녹이는 아침
어떤 아바타는 나를 선택한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라 말해 두자 밀크 스네이크가 기어오는 눅눅한 골판지 속 눈이 부시게 어두워지는 아침 정말이지 이렇게 치열한 게임이 멈춘다면 보검을 든 내가 적진을 향해 진격하고
분홍 살덩이 속 분홍 살덩어리 꺼낸다
세컨드 핸드폰이 숨어 있는 냉동고 선반 다진 소고기와 육수, 색색으로 물들인 돈가스 여섯 장을 모두 지나 자르지 못한 신용카드 검은 비닐에 싸인 채 4년이 되어 가는 그와의 냉전, 극단으로 예단하던 아방가르드한 걱정들 굽은 채 곱아 버린 손가락이 투명하게 코팅된다 유리처럼 유리된 한 칸의 집, 어린 가수의 다섯번째 골반춤에 무릎이 녹듯 돌려막기 신용카드의 한도를 늘리듯
녹여야 한다 미지근한 핑키 한 마리 애완뱀의 겨드랑이 들어올려 날아가던 날 프라이팬 위에서만 니케의 날개 한 짝을 비죽 내미는 유정란처럼 아침을 먹지 못한 다홍색 타올처럼 그렇지만 정말이지 결정적인 순간에 다운되는 컴퓨터란
모든 아바타의 절대 타향, 부디 마지막 세션은 복원돼야 한다
* 흰쥐의 갓 태어난 새끼. 애완용 뱀의 먹이로 쓰인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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