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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희 시인 / 누란
제 몸 허옇게 드러내는 곳 있네 떠도는 자의 헤진 옷자락 같은 물줄기 그곳은 타클라마칸의 젖줄이라네 퉁퉁 분 젖줄을 거슬러 은고기 찾던 사내들 솟대로 솟은 소하묘 나무, 그 속을 바람은 거룻배처럼 드나들었네 소금 기둥에 매여 있던 누란 미녀 배 형상 관 속에 누워 사천 년을 건너왔네 바람의 뼈 같은 희미한 목소리 초원 가득 돋아있네 모래바람으로 떠돌던 사내들이 머물다 간 로프노르* 한번은 여자를 살고 또한번은 남자를 살기 위해 돌아와야 하는 땅 오아시스가 있었다던 그곳 목마름은 수천 년 물을 마셔도 달랠 수 없는 걸까 이정표 없이 걸어온 맨발이 목젖을 드러내는 누란 길 잃는 것은 죽음과 같아서 사랑은 모래바람으로 돌아와 쌓이는데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땅** 머리에 꽂힌 해오라기 깃털 멀리 던지고 나, 헛구역질하듯 소금호수에 들어서네
* 많은 강물이 흘러들었던 호수 ** 위구르어로 타클라마칸의 뜻
웹진 『시인광장』 2012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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