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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시마 시인 / 내 남자의 임신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1.

정시마 시인 / 내 남자의 임신

 

 

  빨간 도시와 검은 도시를 침대로 사용하는 내 남자 검은 도시에서 나는 몸속 날개를 보관하고 까마귀 날개를 야식으로 먹지

 

  내 초음파 속 아기는 나타나지 않았지 안개와 바람이 정을 나누는 해변에서 별 꼬리 무늬 따라간 어떤 죽음을 부러워하다 따르는 사람도 있겠다는 것, 그럴 때 수 만 마리 물방울새 높이 날아올랐지 모래 발자국은 지워져 파도소리가 매우 시끄럽게 바위를 감싸고 있었지

 

  사내를 위해 삼각형의 음식을 차렸지 삼각 숲 삼각파도 삼각체위 삼각아가미 무엇보다 삼각형의 어둠을 먹도록 유도했지 어쩌지 당신은 삼각형의 아이를 낳겠어 입덧 심하면 숫돌 흘러내리는 칼 물 받아 마시면 되지

 

  내 남자는 지금쯤 빨간 침대가 있는 도시에서 태양의 젖 물리겠지 나는 가벼운 골반을 머리에 쓰고 좁은 바지 속 같은 뒷골목 걸었지 돌아와 살 냄새 사라진 손빨래 하고 몸 속 날개를 꺼내어 파샤바 계곡에 사는 점쟁이 토끼를 만나러 떠나지

 

웹진 『시인광장』 2012년 8월호 발표

 

 


 

정시마 시인

1959년 울산에서 출생. 200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