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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임재정 시인 / 내일은 아무렇지 않다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1.

임재정 시인 / 내일은 아무렇지 않다

 

 

  바닥이 기운 방

  여섯 장의 물결을 흠뻑 쓰고 관에서

  반듯이 누운 병에서 깼는데 온데가 다 붉다

 

  그랬군요, 어젠 당신이 밑바닥을 보인 날 그랬죠? 내 혀가 당신 머리에 리본으로 꽂히던 날

 

  오늘 나는 소풍을 간다 도시락에 담겨

  룰루랄라, 손조차 없는 내가 당신을 손잡고

  뜨겁게, 흩어진 뼈를 모아 추스르며 걷는다

 

  하나의 노래가 모든 비명을 대신할 때가 있다

  그런 날의 나는 오로지

  당신이 부를 노래 중의 일부이기를

  잡은 손을 뿌리치고 룰루랄라, 당신이 떠난다

 

  죽음은 뼈조차 서로의 순서를 몰라 일어서지 못하는 곳

 

  노랫소리를 따라

  살이란 살은 다 벗고 뼈만 불순하게 누운

  당신이 얼비치는 나의 룰루랄라,

  뿌리친 손을 맞잡고 또 소풍을 가자고

  두드려보면, 저 아래로 가라앉는

  바닥마저 차가운 방

 

웹진 『시인광장』 2012년 8월호 발표

 

 


 

임재정 시인

1963년 충청남도 연기에서 출생. 다층 동인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