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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선 시인 / 끈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1.

이선 시인 / 끈

 

 

  결혼반지를 찾으려고 서랍을 뒤지다가

  새 구두끈 한 쌍을 발견했네  

  마트사업, 빚보증 시달릴 때

  끈 떨어진 구두처럼 보일까 겁났지

  애써 그녀 배꼽에 내 허리를 밀어붙였어

  잃어버린 반지를 찾다가 문득 깨달았네

  결혼반지는 아내와 이어진 둥근, 끈

  아내의 둥근, 밥상

  단단히 묶여 풀어지지 않는, 매듭

 

  동창회 간 아내, 우산 갖고 나오라 성화네

  오랜만에 신은 뾰족구두, 발 아프단 투정에

  슬리퍼를 벗어주고

  맨발로 비 내리는 아스팔트길을 천천히 걸어보네

  흘러내리는 빗물의 신발이

  맨발에 신겼다가 이내 벗겨지네

  내 발에는 늘 허름한 끈 없는 신발 하나

  신겨져 있었던 거야

  맨발로 걷는 아스팔트길은 차갑고 상쾌하네

  빗물이 발가락에 낀 때를 씻어주네

  아내 겨드랑이에 손을 슬쩍 집어넣네

  처진 젖가슴이 뭉클, 손 안에 가득 잡히네

  그녀도 점점 헐렁해지고 있는 걸까?

 

  오늘 밤, 그녀 끈을 꽈~악 당겨봐?

  내일은 구두끈을 새 걸로 바꿔야겠어,

 

웹진 『시인광장』 2012년 8월호 발표

 

 


 

이선 시인

서경대학교 문학석사. 2007년《시문학》을 통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디지털 3집』,『봄의 열여덟번째 프로포즈』外 동인집 다수와 논문집 『샤갈과 김춘수 비교연구』, 『아동의 창의력 계발을 위한 동시쓰기 지도방법 연구』, 『아동의 창의력 계발을 위한 미술활동 지도방법 연구』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