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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관 시인 / 크나큰 바퀴
구름역에서 수수 억만 바퀴들이 쏟아진다 지구를 닮아 지구를 품은 형상기억 물 무리지어 내달릴 때는 보여주지 않지만 고인 물을 살짝만 건드려도 제 엉덩이를 치는 줄 알고 어서 가라는 재촉인 줄 알고 바퀴를 슬쩍 부끄러운 듯 보여주는 순둥이, 고인 바퀴에서 쉰내가 난다고 길 터달라고 오물거리는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구름을 품고 나무를 골똘히 생각하고 나무도 온통 바퀴 생각으로 꽉 들어차서 둥치가 저 모르게 둥글어진 까닭이 보인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동글동글해진다
이 바퀴들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몸을 샅샅이 읽고 나와 주르르 굴러 떨어질 때는 꼭꼭 숨겨둔 비밀까지 모조리 복사해간다는 생각 복사해서 구름에 옮겨놓고 또 어느 물관 어느 혈관을 찾아갈지를 생각하면 심연에 깊이 내린 뿌리가 아득 아득하여 한잔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 갈증은 물 스캐너가 몸속에 읽을거리가 있다고 애간장을 태우기 때문이다 고백해야 시원하겠다고 무의식이 벌떡 깨어나서 외치는 발로다 수면에 비치는 귓바퀴가 모르게 붉어진다면 무언가 부끄러운 것이 막다른 골목에 웅크리고 있기 때문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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