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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호 시인 / 세 개의 형광등에 뜬 아홉 개의 질문
세 개의 형광등이 나란히 뜬 방 불을 껐는데도 그 형체가 남아있다 귀가 닫혀있는 질문은 이렇게 사방이 희미해질 때 하는 거다 눈도 없는 몇 개의 질문들이 천정에 거꾸로 매달렸다 검은 우산의 귀가 활짝 펴졌다 박쥐가 들끓던 인도 괄리아르 만 싱 궁전의 지하 감옥 천정처럼 몇 개의 가능한 답들이 잔발을 뗐다가 다시 붙인다 어둠 속 질문은 주둥이가 긴 장화를 신고 이 구석 저 구석을 저벅거린다 석가모니가 아난다에게 한 세 가지 질문처럼 질문의 입구가 너무 커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어둠 세 개의 형광등이 꺼지면서 꼬리가 아홉 개인 질문이 뒤섞였다 빛이 밝혀낼 답은 없지만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올린다. 깜 빠르르르 팍, 주문 같은 불이 켜지니 어둠 속에 어슬렁거리던 아홉 개의 질문들이 재빨리 벽의 부조 속으로 스며든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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