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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박은경 시인 / 사팔뜨기 푸드 파이터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2.

김박은경 시인 / 사팔뜨기 푸드 파이터

 

 

  터진 배속에서 사라진 그녀 눈알이 나오고 두 개의 눈알에서 두 개의 방이 나오고 두 개의 방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나오고 두 개의 그림자에서 두 개의 손이 나오고 두 개의 손이 다른 손을 잡고 흔들고 두 개의 눈동자가 다른 곳을 보며 어지럽고 살고 싶은데 자꾸 죽고만 싶어 죽고 싶은데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악착 같이 양쪽을 향하다가 점점 넓어지는 미간 사이로 식도 속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모르지만 삼키고 배꼽까지 찢어지면서 상해가면서 사랑해, 사랑해, 정말로 사랑하지는 않으면서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말해도 듣지도 않을 거면서

 

웹진 『시인광장』 2012년 8월호 발표

 

 


 

김박은경 시인

서울에서 출생. 숙명여대, 홍익대 산미대학원 졸업. 2002년《시와 반시》에〈감전〉외 4편을 발표하며 시문단에 데뷔. 시집으로『온통 빨강이라니』(문학의전당, 2009)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