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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은자 시인 / 청춘 그, 포스트 모더니즘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2.

김은자 시인 / 청춘  그, 포스트 모더니즘

 

 

  푸른 잎사귀같은 얼굴이 어둠을 돌아

  내게 오는 밤이면

  나는 멀고 긴 이름 하나를 꺼내  닦는다

 

  불꺼진 이마에  별이 켜지고

  축제의 밤 폭죽처럼 터지는 목련

 

  꽹과리 소음속에서 청춘이 입술을 훔친다

 

  나의 긴 머리칼이 그의 어깨에서 출렁일 때

  산 뒤에 숨어 꽃 그림자가였던 달빛

  그 불속에 우리는 구멍을 뚫었다

  한쪽 날개가 타면 마지막 남은 날개로

  광야를 유랑하는 나비처럼

  무너지고

  새 살이 돋아나고

  낙엽처럼 뒤척이면서

 

  무덤에서 뛰놀고

  무덤에서 만나고

  무덤에 몸을 던져

  어둠을 지저귀던 고독의 이름들

 

  말하지 마라

 

  비처럼 내린다

 

  숨도 쉬지 마라

  떠들지도 마라

 

  청춘이 고요를 핥으며 되돌아간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8월호 발표

 

 


 

김은자 시인

서울에서 출생. 숙명여대 졸업. 1982년 도미, 현재 미국 뉴져지 주에 거주.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과 월간 《시문학》신인우수 작품상 당선 등으로 등단.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 당선. 시집으로 『외발노루의 춤』(시문학사, 2006)과 『붉은 작업실』(문학의전당, 2010)이 있음. 제5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 미주동포문학상 수상.  현재 난시 동인, 윤동주 문학사상선양회(서시) 뉴져지 지부장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