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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윤의섭 시인 / 꽃 바다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9.

윤의섭 시인 / 꽃 바다

 

 

봄에

꽃들이 북상하였다

어느 초년병은

봉오리도 터뜨리지 못하고 숨져갔다

꽃상여 되어 숨져갔다

 

꽃잔을 건배한 나비떼들이 취한 채

밤새워 시국을 토론한다 사생활을

게워낸다 고운 날개까지 묻혀가며

욕설도 내뱉다가 도시 변두리

퀘퀘한 방 한 칸에 살아도 꽃 몇만 송이 피울 만

큼은

거뜬히 씨 내리게 할 수 있다고 즐거워하다가

끝내 잠들지 못하고 맞이한 아침

제 갈 길로 서둘러 떠나다가

 

어느 나비는

한 톨의 꽃가루도 심어놓지 못하고 숨져갔다

꽃잎처럼 떨어져 숨져갔다

내년에는 꽃바다 넘실댈는지

 

한반도에

꽃들이 북상하였다

  

 


 

윤의섭(1968년 ~ ) 시인

경기도 시흥에서 출생.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학위,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 1992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와 1994년 《문학과 사회》를 통해 등단. 2009년 제7회 「애지문학상」(시부문)을 수상. 《말괄량이 삐삐의 죽음》(문학과지성사, 1996). 《천국의 난민》(문학동네, 2000).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문학과지성사, 2005). 《마계》(민음사, 2010). 《묵시록》(민음사, 2015). 현재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 中. 대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