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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일 시인 / 우물
현기증 이는 푸른 물결무늬들 그 기억 속에는 아무리 메워도 메워지지 않는 우물이 있네
돌무더기 둥그렇게 잘 모아 개서 층층이 쌓아올린 우물, 속에서 누가 내려가도 내려가도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물의 신전을 세우고 있네
한생이 유창하게 탈바꿈하듯 오래 준비된 침묵은 거꾸로 빛나는 웃음이고 꿈틀대는 바보 웃음이고 그러나 그 순전한 웃음이 글썽거리네 아프도록 멀리 있는 병이 씻기는 기분이랄까
거기, 하염없이 차갑고 맑은 여자가 사네 오늘밤 나는 우물 속에 얼굴 처박고 갈증으로 일렁이는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보네
그때 월궁항아 목욕물 떠가는 두레박 소리 들리네 앙다문 견고함의 물빛 처녀막 찍기는 소리 들리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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