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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시인 / 설원(雪原)의 시간
블라인드를 올리죠 적막이 치골 깊숙이 밀입국하는 저녁 거기 깊은 거울이 있죠 짐승이 있죠 창은 얇은 시간을 언제 버렸는지 깨지기 쉬운 낭설을 엎지르죠 이제 거울의 시간 짐승의 시간 빛은 밖에서 안으로 자리를 옮겨 앉고 실루엣만으로도 나는 네 발이 되죠 북극곰처럼 눈이 자꾸만 깊어져서 설원에 서있지만 얼음은 자꾸 녹고 얼기를 기다리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내 몸피를 들여다보죠 浮氷 위에서 노리는 먹잇감 사투 끝에 순식간 두개골을 부수는 그 짜릿한 포획의 손맛을 기다리죠 거울을 들여다 보면 창이 거울의 이면이 되는 북극의 설원이 거기 하얗게 떠오르고 나는 얼음굴을 밤늦도록 파고
웹진 『시인광장』 2012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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