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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최재영 시인 / 종소리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16.

최재영 시인 / 종소리

 

 

종이 울릴 때마다

몸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내게 다녀가시는 울림이

저에게는 한 생일 것이다

온 몸이 울음통이 되지 않고서는

저리 끈질기게 평생을 스며오겠는가

실핏줄마다 미세하게 번져오는 종소리

한 번의 전율로 수많은 길을 내는 것

종과 나 사이

그의 울음결이 흐르는 동안

오전에 지나던 소년은 한 세대를 건너가고

몇 번의 설레임과 이별이 훌쩍 지나고

이쪽의 찰라와 저 켠의 영원이

서로의 표정에 몰두하는 것

소리 한 줄기 또 세상을 관통해간다

누구의 내면을 길게 휘돌다 왔는지

바람의 칸칸마다

말랑한 울음 한 채씩 서려있다

그의 몇 생을 수없이 드나들며 어슬렁거리다 보니

내 안에 무수히 파문지는 종소리들

생의 첫 걸음이 울음인 까닭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9월호 발표

 

 


 

최재영 시인

경기도 안성에서 출생. 2005년 《강원일보》와 《한라일보》,  200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창작기금 수혜. 시집 『루파나레라』(천년의시작, 2010)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