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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시인 / 종소리
종이 울릴 때마다 몸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내게 다녀가시는 울림이 저에게는 한 생일 것이다 온 몸이 울음통이 되지 않고서는 저리 끈질기게 평생을 스며오겠는가 실핏줄마다 미세하게 번져오는 종소리 한 번의 전율로 수많은 길을 내는 것 종과 나 사이 그의 울음결이 흐르는 동안 오전에 지나던 소년은 한 세대를 건너가고 몇 번의 설레임과 이별이 훌쩍 지나고 이쪽의 찰라와 저 켠의 영원이 서로의 표정에 몰두하는 것 소리 한 줄기 또 세상을 관통해간다 누구의 내면을 길게 휘돌다 왔는지 바람의 칸칸마다 말랑한 울음 한 채씩 서려있다 그의 몇 생을 수없이 드나들며 어슬렁거리다 보니 내 안에 무수히 파문지는 종소리들 생의 첫 걸음이 울음인 까닭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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