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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도 시인 / 귀뚜라미 재회
곤충들에게도 저만의 글자가 있다 우거진 숲 속 어디에다 기록을 숨겨 두는지
달력에 입추라 적힌 날이 다가오자 어김없이 매미들의 울음소리는 수그러들고 비워진 허공 가득 달빛 맞으며 몰려나와 집안으로 침투해오는 귀뚜라미들의 날갯짓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는지
지난 해 현장일하다 낙상 사고 당한 후, 기억도 없이 실려 온 병원에서 막 깨어났을 때 들려오던 호출음이 다시금 나의 긴 잠을 일으켜 세운다
오리무중 아들의 부상을 간호하던 팔순 어머니 예전이면 벌써 잡도리했을 그를 귀하게 생포해야 하는 까닭 먼저 아시고 불편한 몸으로 붙잡아 창문 너머로 날려 보낸다
귀뚜라미의 어머니이기도 한 사실을 짐짓 알아채신 까닭이다
창밖으로 튀어 나가던 귀뚜라미가 달력에 적힌 입추라는 두 글자를 냉큼 입에 물고 달아난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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