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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미산 시인 / 복서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0.

이미산 시인 / 복서

 

 

  앞발 맹렬히 치켜들 때

  당신의 눈동자는 잘 익은 열매 같아

  달콤한 과즙에 취한 허공의 걸음걸이

  한 컷 한 컷 지상으로 내려앉는

 

  곰곰 생각해 봐 당신의 레프트 훅 라이트 훅

  두고 온 다정한 인사를

  웅웅거리는 바람의 손등을

  또 만나요 서로에게 새긴 지문을

 

  그러니 저 펀치는 고요한 종소리

  우리의 뼈 속에 잠든 네 발의 기억들

  붉은 발톱이 키워낸 꽃송이들

  최초의 하늘 아래 순한 짐승들 나란히 나란히

  앞발을 들고 달려가는

 

  두꺼운 양말을 치켜들고

  너무 먼 곳까지 흘러왔 구나

  허공의 지문을 따라가는 구나

  길 잃은 바람처럼 늘 숨이 차구나

 

  엉킨 그림자들 부드러운 지상에 눕히렴

  집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것처럼

  잠시 앞발을 세워 악수를 청하며

 

  안녕 좋은 아침

  이마를 스치는 상쾌함으로

  바람을 가르며 라이트 훅 레프트 훅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0월호 발표

 

 


 

이미산 시인

1959년 경북 문경에서 출생.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재학 中. 2006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아홉시 뉴스가 있는 풍경』(한국문연, 2010)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