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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진 시인 / 패스포트 3 -악몽, 火形
무섭다, 가까이 올수록 부풀어 오르는 내 몸을 어찌해야 하나 기한 지난 팩우유처럼, 시기 놓친 살구처럼, 물렁물렁 자꾸만 팽창하는 정착하지 못한 이곳의 이름들을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 드디어 혹성이 오는 날 정신 나간 년처럼 들쑥날쑥 동네방네 휘젓고 달리고, 달리고 죽도록 달리는 소름끼치게 밝은 어둠에 대해 생각한다
달이 나를 먹기 전에 내가 달을 해치울 꺼야
부풀어 오른 내 배를 보고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렸지 가래침을 뱉으며 지나던 바람 머리채를 잡고서 몹쓸 것이 들어찼어 몹쓸 일이 일어나거나 하늘은 하품처럼 따분하고 나는 오랫동안 깨어나질 못했다 어차피 떠나보낼 것이 없었으므로 이곳에서 처음 눈 뜬 날 깨달았지 나는 영원히 잠들지 않는 사산아 반신불수 아비의 복수(腹水)를 마시고 누이의 풍성한 꼬리로 몸을 닦는 두 입 달린 괴물, 오늘 저녁, 나는 반대로만 뱅뱅 돌아가는 어미의 젖꼭지를 물고 잠들기로 한다,
이곳은 허락받지 않은 자를 태워버리는 관습이 있다 떠나온 행성이 자가 번식하는 밤만을 골라 불시착했던 그날로 돌려보내는 火刑의 기억이 있다 웃는 남자의 이를 뽑아 마당 앞에 심어두고 우는 여자의 머리칼을 잘라 흩뿌리는 기우제(奇宇際), 당신도 함께 가자 말하지 않겠다 다만 젖은 뒷목으로부터 뚝뚝 떨어지는 선혈로 당신과 나는 더욱 활활 타오르고 있다, 당신이 그토록 오래전부터 꾸어왔던 악몽처럼,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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