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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엽 시인 / 생략법(省略法)
생략법(省略法)을 좋아하는 이들을 보았다. 그들은 쉽게 생략했고 생략된 것들에 대해 가볍게 받아넘겼다.
그들의 대화는 생략에서 생략으로 이어졌다. 대부분 의견의 전반을 생략으로 표현하는데도 그들끼리의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생략에 익숙한 이들은 뭐든지 짧게 끝냈다. 그들은 언제 꼬리를 자르고 사라져야 하는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생략이 서툰 이들은 난처함을 감추지 못한 채 쩔쩔매는 표정이 역력했다. 자리를 뜨기 전 이야기를 끝내려는 것인지 들어주는 이가 없을까 봐서인지 주위를 돌아보거나 수시로 시간을 확인하면서 숨 쉴 겨를 없이 빠른 속도로 많은 말을 했다.
몇몇은 나에게도 생략법을 써서 접근해왔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단계를 말하는 이는 없었다. 실수로 빠트린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일부러 뺀 것인지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간극에 숨어있는 생략들 사이에서 회전하고 있었다.
불명의 정체를 생략해야만 생략으로 이해될 수 있는 생략들 앞에 서. 소리 없는 소리로 말하고 발 없는 발로 뛰어다니다가 제멋대로 팽창하고 재구성된 생략법에 잠식당한 우리는, 아니 나는, 지금 위태롭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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