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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사람 시인 / 이것이 시다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0.

김사람 시인 / 이것이 시다

 

 

  오래된 내부에요

  한낱 시일뿐이란 걸 잊어선 안돼요

 

  시 속에 있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나요

 

  살아있는 것들을 볼 수 없으니

  우리는 죽었나 봐요

 

  시가 멀쩡히 보여요

  죽은 사람들이 재미없는 농담을 해도

 

  웃음을 멈출 수 없어요

 

  잊지 마세요 또다시 사랑이 시작되면

  혁명을 그리워하게 될 테니

 

  우리가 시에서 만나고 헤어졌다는

  진실 같은 진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어요

 

  천국에는 글이 없으니

 

  성경을 읽으며 잠이 든

  엄마의 천국은 피 냄새로 그윽해요

 

  감사헌금을 드려요 오늘 난

 

  뜨거운 김이 시처럼 솟는

  솥을 열고 설익은 나를 퍼요

 

  십자가 긋고 기도하지 않아서인지

  먹기만 하면 체해요

 

  혀에 남은

  창백한 담배 키스

 

  잊지 못할 것 같다 말하지 마세요

  시가 없었더라면 죽음도 없었을 텐데요

 

  시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당신

  영원히 죽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0월호 발표

 

 


 

김사람 시인

1976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 2008년 《리토피아》를 통해 등단. '리비도' 同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