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사람 시인 / 이것이 시다
오래된 내부에요 한낱 시일뿐이란 걸 잊어선 안돼요
시 속에 있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나요
살아있는 것들을 볼 수 없으니 우리는 죽었나 봐요
시가 멀쩡히 보여요 죽은 사람들이 재미없는 농담을 해도
웃음을 멈출 수 없어요
잊지 마세요 또다시 사랑이 시작되면 혁명을 그리워하게 될 테니
우리가 시에서 만나고 헤어졌다는 진실 같은 진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어요
천국에는 글이 없으니
성경을 읽으며 잠이 든 엄마의 천국은 피 냄새로 그윽해요
감사헌금을 드려요 오늘 난
뜨거운 김이 시처럼 솟는 솥을 열고 설익은 나를 퍼요
십자가 긋고 기도하지 않아서인지 먹기만 하면 체해요
혀에 남은 창백한 담배 키스
잊지 못할 것 같다 말하지 마세요 시가 없었더라면 죽음도 없었을 텐데요
시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당신 영원히 죽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0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남조 시인 / 소녀를 위하여 외 4편 (0) | 2020.08.21 |
|---|---|
| 장이엽 시인 / 생략법(省略法) (0) | 2020.08.20 |
| 방수진 시인 / 패스포트 3 (0) | 2020.08.20 |
| 이미산 시인 / 복서 (0) | 2020.08.20 |
| 박설희 시인 / 완강한 텍스트 (0) | 2020.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