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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허영둘 시인 / 대패질

by 파스칼바이런 2020. 8. 21.

허영둘 시인 / 대패질

 

 

  흐린 하늘을 깎았다

  떨어져 나가는 소음들

  발 등 위로 마른번개가 쳤다

  구름이 거품처럼 일며 깔깔거렸다

  구름은 비가 되지 않고

  구름은 비듬처럼 흩어졌다

 

  석양은 분홍색 삼겹살

  누군가 거기를 정신없이 드나든다

  포장지를 열어젖히자

  내게도 서랍 같은 지층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나는 나무가 흘리는 눈물

  나는 나뭇잎처럼 선명하고

  나는 잎맥처럼 얇아졌다

 

  이윽고 나는 사라졌다

 

웹진 『시인광장』 2012년 10월호 발표

 

 


 

허영둘 시인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